
그 저녁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캄캄한 밤 혼자서 들어오는 운산 고갯길
상수리 숲사이로 하얀 눈이 내린다.
달려오는 눈이 저 만치에 서서는
모로 고개를 내밀고 내 차를 세운다.
이 밤 이 길을 어찌 가시냐고 내 차를 세워 놓고는
대책도 없이 내 어깨만 한번 보듬더니
저만치로 훌훌 사라지신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아쟁소리 때문일까
가을날 보았던 저 고갯마루쯤의 산국화 생각 때문일까
슬그머니 나오는 눈물을 닦고는 잎 다 진 두 그루 은행나무
그 사이로 오르는 내 산집 옆엔 화가네 벌거벗은 나무보일러 연기만
그 저녁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눈 속에서 오른다.
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