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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 노트

[詩] 까만 山




아주 오래 前

大山에서 일 했다던 할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셨냐는 물음에도

한참을 생각만 하시고서는

얼마 전 사고로 머리를 다쳐서

이젠 생각이 늦으시다는데


집 앞 쫄쫄거리는 개울 물줄기 만큼

斜線으로 그어진 얼굴의 흉터만큼

그가 사는 까만 山은

허물어진 석탄 갱도만큼

슬프던 山이더구나.


千年古刹 이라는 가파른 백운사는

一柱門이 있어야 할 자리에

떡 하니 解憂所만 하나 버티고 서 있어

경건해야 할 몸가짐으로

중창불사 해야만 한다는 현수막 뜻에 맞게

기와 한 장 시주하는 셈 치고

이몸을 비우고는


땀 흘리며 돌고 돌아 오던

까맣기만 한 먼 山

절 입구 처음 그 자리에는

머리 다쳐 생각이 늦으신 할아버지가

그래도 아침의 前生을 생각 하시고는

百日紅 꽃 옆에서 옥수수 입에 무시고

잘 가라 손을 흔드신다.


[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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