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재
네가 손짓하고 있을 줄 알았다.
똥 두덩이 오늘도 함백산에 잘 떨어뜨리고
떨리는 다리로 가슴 터지게 숨 몰아쉬며
파란 하늘 끝에 서 보았을 때도
너는 손 흔들고, 산 너머에 서 있을 줄 알았다.
이야기 또 하고 한 이야기 또 하는
나를 닮은 태백에서
된장 맛이 구수했던 민박집 아지매처럼
황지마을 가마 솥 소머리 국밥집 아지매 처럼
그들은 오늘도
바람처럼 내 옆을 이 고개처럼 스치며 지나간다.
이유는
나무는 한포기도 보이지 않는 버림받은 능선 길이
참으로 오래 전 이 산을 기억조차 희미하게 지나갈 때
이곳을 흐르던 물들이 남쪽강으로, 북쪽강으로
그리고 동쪽 강으로 모두다 검은색 물이 되어
슬프게도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일까
山 위에서 바라보는
영월로 가는 38번 山 길 고한터널은
알량한 불알 두개만 달랑 매달고는
오늘 저녁 해 질때 까지도 집 나간 철수처럼
산 넘고 고개 넘고 잘도 도망 가는 중이었다.
[글/사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