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삼십 년전
푸르디 푸르던 군 복무시절
칠갑산 근처에서 야영을 할때
참으로 긴 구비구비 장곡을 따라 장곡사에 와서는
웃 옷 벗고 땀 닦으며 참으로 시원하게 물 한 모금 마셨던 바로 그 우물이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십 오년전 쯤 충청도 사람이 되어서
아장 아장 걷는 큰 딸 아이 걸리어
다시 찾아 온 후 역시 물 한모금 먹고 갔던 우물이다.
여전히 장곡사는 깊은 계곡 속에 절 답게 소소하여
절 바로 밑에 있던 '산채' 집에서 맛있게 밥 비벼 먹고 돌아 갔었다.
그리고 또 십오년이 지나
이제 그 딸은 대학생이 되어 저 혼자 오대산 꼭데기로 답사 가던 날
난 다시 그 우물을 찾아 칠갑산을 찾았다.
이제 그 우물은 세파에 지친 주지 스님같이 볼품조차 없고,
빈 프라스틱 바가지만 덩글하니 물소리 조차 애처럽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스칠때
형제봉 능선따라 구십구개의 닭갈비 같은 계곡들만
나도 모르게 지나 온 세월처럼 그렇게 여전할 뿐이다.
프르던 시절 보았던 저 계곡 아래 능구렁이는
지금 쯤 이무기가 되어 칠갑산을 지키는 용이 되고자
비오고 안개 낀 날
울고 있지는 않을까...
이제 나를 다시 본다해도 우리 서로 알아 볼수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