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 여관은 여전히 문을 걸어 잠그고
허망한 세월만 뒷 마당 바위에 '뭐라구' 새겨 놓은 채
그 곳에 서성이고 있습디다.
다리 밑 개울물은 여전히 졸졸 거리고 가는데...
山 중턱
'草堂' 입구에다
기와 한장만 손수건 같이 예쁘게 눞혀 놓고는
따뜻한 봄볕에 스님은 기별도 않하시고
어디 봄 마실을 가셨는지...
1000개가 넘는 돌계단이 모질기도 하지
이제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찰 즈음에야
잠깐 앉아 쉬며 처다 보는 아득한 올라 오던 길이
지나 온 삶같이 온통 연두색 이었음을
그때서야 깨닫습니다.
참으로 힘들게만 오르던 길
물 한모금이 고맙기만 하지요.
대 숲 속에서 나오는 '향운각' 약수물이 참 달기만 합디다.
온통 사람의 손을 탄 세속의 절 모양에서
그래도 옛 스럽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수덕사 '해후소' 가는 길 옆 돌 축대가 측은해서
그 돌 담을 따라 내려가 봅니다.
이제 똥뚜깐 옆 돌담에는
'애기똥풀'이 노랗게 초여름을 보고 있습디다.
봄이 가는 초여름의 山寺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