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十嶺
가슴까지 오는 山대나무 길에는
조릿대같은 비만 오시고
비에 젖은 댓잎을 밟는지
아니면 타는지도 모르게 속삭이기만 하는 山길에
도무지
여기가 어디인지 가르쳐 주지도 않는
알 수도 없는 깃대봉 가는 길 바위 근처에 와서야
산 위에서 한가히 풀이나 뜯던
우리를 뛰쳐나온 흑염소 두 마리를 본다
그렇게 간밤에도
홀로 비만 내렸을 별 내리던 山길에는
바람에게 마저 손을 흔들던
가슴까지 자란 山 풀들이
한 발자국 다가 설 때마다 맨 가슴을 스치다 못해
슬며시 울어버려
가슴도 팔도 다리도 그날은
슬며시 고개 숙인 슬프던 능선이었다.
[글/사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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