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를 지나
오미자가 익고 있는 동로마을 가는 길은,
새벽을 따라 먼 길서 와
길게 길게도 넘는
여우목은 제법이나 구성지다.
발갛게 오미자가 익어가는 길가에
여름이 팔 벌리고 서서는
노란 색 달맞이 꽃띠라 이제 하루를 서서히 접고 있구나.
이른 아침 차갓재로 오르는 '안생달'이라는 마을에는
조그만 시골 교회 한 채 서서는
구름 속에서 새벽 예배를 마치고,
예배당 종탑 너머 한가한 양조장 하나
물소리 따라, 예배당 종소리 따라,
옥수수 엿술은 휘휘 젓지 않아도 익어 가는데
점잖은 개들만 사는 산마을에 소나기가 오신다.
황금 소나무 한 그루 베러
황장재 너머 가신 당신
치마바위 천길 소나무 아래 원추리 모습에 넋을 놓고는
여름 소나기 지나간 저 너머 무지개 같이
철탑 너머로 작은 차갓재 따라 가셨다는데.
그 고개에는 이제
황금 소나무로 만든 장승 둘이서
두 손도 없이 서서
지리산과 백두산을 밤 새 가리키며 울다가
대미산 눈물샘이 되었다는군.[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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