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 해미가
이른 아침 아직 가시지도 않은
엉겅퀴가 핀 6月의 山 길을 간다.
6月의 山 풍경은
온통 초록에 겨워 오디색 산그늘에 숨고,
따라 오던 뻐꾸기 소리도 먼 산 뒤로 자꾸만 숨는데
일락산 중턱에서 바라보는 석문봉은 아직도 저만치에서
머리를 들어 바라보는 하늘따라 아직 멀기만 하다.
이른 아침부터 저 아래를 돌아
지나 온 숨 찬 발걸음들은
산 아래에서 바라보던 하얀 백일홍처럼
벌써도 그립고.
그리운 하늘을 담은 황락저수지 파란색 한 조각만
해미성에서 들리는 둥둥 북소리 따라
산을 타고 올라와 내 가슴에 기대어 숨는구나.
오늘도 나는 등에 진 배낭 하나
가던 걸음 바위에 잠시 풀어 놓고는
서성대며, 땀을 닦으며, 山 꽃들을 바라본다.
오늘은 저 능선을 따라 가지를 않고
숨어버린 뻐꾸기소리따라 가 보리라고
꿈속에서 보아 두었던 호젓한 그 길이 있을 것 같은
그 오디색 북쪽 능선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고사목 서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보지마는
저 아래 山 도로를
가늠하여 하염없이 내려가도
가슴까지 오는 산 풀들은
오늘도 나의 맨 다리를 쓰리게도 스치며
빈 가슴으로 걸어가는 내 가슴 앞에
희미한 가름마같은 외길을 덮고 또 덮기만 한다.
같이 가던 풀 바람처럼 그리고,
산 너울처럼 일렁거리며 쓰러지기만 하는구나.[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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