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短想들

메주 쑤던 날

 

 

주인은 마실을 가고 없는데도

텅 빈 화가집 가마솥을 빌려서는

늘 벼르기만 하던 메주를 쑤어본다.

 

벼른 날이 장날이라고

하늘은 눈발이 내리고

춥기만 한  심상치가 않은 날이었어도

막걸리 한잔에 얼큰하니 서서는

익는 콩을  휘이휘이 저어본다.

 

진눈깨비

실컷 내리는 하늘로

콩 익는 향기가 소나무 장작 타는 소리따라 오르고

뒤 늦게 막걸리 사들고 눈 길을 돌아온 이웃은

아무때나 내 놓지 않는다는 잡아 온 낙지를

기어코 데쳐 내어 놓는다.

 

자근 자근 밟아주는

콩들의 감촉과 구수한 향이

살아가는 情같이 따스하기만 하구나.

 

  

'短想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야산 가는 길  (0) 2009.04.18
2009년 눈이 한없이 오던 날...  (0) 2009.01.24
세상事 ...난 몰른다  (0) 2008.12.07
화가가 남겨논 감들이  (0) 2008.12.07
상원사에 갔더니...  (0) 2008.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