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은 마실을 가고 없는데도
텅 빈 화가집 가마솥을 빌려서는
늘 벼르기만 하던 메주를 쑤어본다.
벼른 날이 장날이라고
하늘은 눈발이 내리고
춥기만 한 심상치가 않은 날이었어도
막걸리 한잔에 얼큰하니 서서는
익는 콩을 휘이휘이 저어본다.
진눈깨비
실컷 내리는 하늘로
콩 익는 향기가 소나무 장작 타는 소리따라 오르고
뒤 늦게 막걸리 사들고 눈 길을 돌아온 이웃은
아무때나 내 놓지 않는다는 잡아 온 낙지를
기어코 데쳐 내어 놓는다.
자근 자근 밟아주는
콩들의 감촉과 구수한 향이
살아가는 情같이 따스하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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