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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行 글

백두대간 기행/성삼재...여원재

 

새벽에 도착한 구례는 아직도 어둡고.

산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저 번 지리산 종주때 인연이 되어 다시 들려 본,

구례 터미날 근처 해장국 집은 여전히 오늘도 술 취한  손님들과  밤 새 장사를 하느라  졸린

주인장 만큼이나  맛도 없는 선지 해장국이 기다리는 새벽 첫차 만큼이나 지루하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구례 터미날은 10년전 모습처럼 수리도 하지 않은 채 폐허처럼 어수선 하기만 하고  

모처럼만에 맞춘 기상대 예보대로 구례에는 이 새벽

비가 안개처럼 오고 있다.  

 

 

 

 

버스 운전 석 바로 옆에 타서 보는 비 오는 지리산 오르는 길은 

참으로 굽이 굽이 길기도 하다. 

그 험한 구비 길을 오직 등산객 7명만 싣고 오르는 버스는 저 산 아래 세상 이야기를 전하는 뉴스를

들은척도 안 하면서  묵묵히 비 오는 성삼재에 우리를 내려 놓는다.  

 

한 20년전이지,

지금 사는 서산으로 이사 오던 해...  

이 고개를 넘을때 시암재에서 내려  어린 딸과 사진 찍던 바로 그 곳이  비가 오는 차 창 밖으로 희미하게도 지나 간다. 

 

 

 

 

몇 명 안되던 등산객들은 그나마 노고단쪽으로 모두 향하는데

혼자만이 성삼재 도로를 따라 내려 온다.

이 고개가 나랑 무슨 인연이 그리도 많기에 이렇게 낯이 익을까? 

오래 전  차 타고 이 길을 그저 '휑-'하니 지날때  

베낭을 메고 힘들게 이 길따라 가던 사람들 모습을 보고  저 들은 무슨 생각들을 할까...

하고 지나쳤었는데

 

이제야 내가 베낭을 메고 그 길을 지나는구나.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가나... 

 

 

 

도로 따라  조그만 철책 문 하나가 열려있다.

고리봉으로 향하는 백두대간 첫번째  問 ...  

사방은 안개 비로 시계 제로 상태이고 그 안개가 바람따라 대간 능선을 넘어 넘어 흘러 갈때

저 너머 노고단이 잠시 모습을 보이고 또 감추고를 반복한다.

비 만 아니였어도...

비만 아니였어도 하는 안타까운 생각에 가던 길 몇 번을 돌아 보는지 모른다.

 

 

 

 

지리산 종주때 세상 시간에 �겨 노루목에서 차마 가 보지 못하고 종주를 마치고는  

두고 두고 후회했던 반야봉이 고맙게도 보인다.

이렇게 잠깐을 보여 주고는 무엇이 그리 속상했는지 정령치로 내려 오는 그때 까지도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를 않는다. 

 

 

 

 

묘봉치 고개에서

위안리로 내려가는 길은 '탐방로 아님'으로 가로 막혀있다. 

올 봄 구례에 산수유가 활짝 피었을때 산동면 당동 마을로 산수유 보리라고 벼르고는

혼자서 생각해 두었던 위안리에서 오르는 길을 그때도 산불 계도 기간이라고 폐쇄 하더니,

이제 아에 가로 막아 놓다니 무슨 이유일까...

막는것이 능사인 그들의 탁상 위 밥통같은 생각에 찬성 할수가 없다.

 

 

 

 

 

묘봉치에서 만복대로 오르는 길에는

아직도 철쭉들이 철 지난 줄도 모르고 소담하게 피어있다.

이 능선은 가을이 되면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며 장관을 이룬다던데...

희미한 안개 비 속으로 싸리 나무가 민초들 처럼 참으로 많이도 무리 지어 있다.

 

잠시 구름이 걷히고

산동면 쪽  모습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으로 잠깐 보일때

나는 소리를 질렀다.

 

참으로 지리산 이구나...

 

 

 

 

만복대란 사방으로 복을 내려 주는 봉우리라 하던데

참으로 복을 내려 줄 만큼 후덕한  봉우리 이다.

희미한 시야에도 산으로 산으로 오르는 능선이 초가집 모양으로 둥글기만 한 모습으로 보인다.

 

온 통 山竹들이  물을 머금고는  바지며 웃 옷을 다 적시는 통에  

온 몸과 손 끝이  다 시리고...

 

 

 

 

이제 한 30분 내려가면 정령치겠구나.

산행 후 처음으로 정령치에서 오는 두 사람을 본다.

"오시는 쪽은 비가 많이 옵니까?"

"녜' "안개처럼 옵니다"

산을 가다보면 이런 궂은 날도 어김없이 산 동무들을 만나 외로울만 할때면

말 한마디 건네고 힘을 얻는다. 

 

마한의 장수 '정 장군'은 이 고개 마루에다 또한 철죽같은 그리움을 城처럼 쌓았을거야...

 

 

  

 

 

정령치를 지나 오르는 큰 고리봉 능선에는

바래봉에 못지 않은 철쭉들이 색이야  바랜 초여름의 새벽을 맞아 피어있다.

고리봉 정상에서 대간을 타기 위해서는 바래봉쪽으로 가면 않되고  

고기리 쪽으로 급격히 내려 와야 한다는 책 내용을 몇번을 다짐하고는 긴장을 하고 정상을 찾는다.

 

 

 

 

 

다행히 고리봉 정상에는

고기리로 향하라는 이정표가 정확히도 서있다.

늘 고마운, 먼저 지나간 산꾼들의 색색 리본이 산 아래 나무가지에 잔뜩이나 매달려

초행 길 산꾼의 발 길을 돕는다. 

 

소문데로 고기리로 가는 대간은 높이가 뚝 떨어지며 지리산을 뒤로 하고 산 아래 마을로 내리 닺는다.

이제 몸도 지치고 5시간 정도 쉬지 않고 걸어 온 덕에 발 바닥도 아퍼 1시간 정도 예상했던

내려 오는 길이 여간 고달프지가 않다.

 

 

 

 

 

비는 이제 멈추었고

소나기 지나간 여름 낮같은 햇살 속에서...

정령치 내려오는 삼거리 길 앞에서 나는 대간 가는 길을 잊어 먹었다.

산 길이 아닌 큰 길이 내 앞에 서 있다.

 

'산은 물을 스스로 가른다(山自 分水嶺)"

...그렇지...   

왼쪽으로 정령치 쪽에서 내려 오는 시원한 물은 고촌 마을로 다리 하나를 건너 가는데

그럼 나는  물 길을 가르는 이 큰 길을 따라 가야 하겠구나.

  

 

 

 

 

지나가던 촌로에게 길을 물으니

이 도로 따라 주촌리 가재마을까지 한 30분 가란다.

언뜻 도로 같은 이 길이 대간 마루금으로, 왼쪽의 물 길은 섬진강으로 가르고

오른쪽의 물 길은 낙동강으로 가른다니 보통 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에...

다시금 뒤 돌아 보니 대간 마루에는 엉뚱한 건물이 들어 앉아있다.

참으로 감동스럽지 못한 풍경이 자리를 잡고있다.

 

 

 

 

돌아 다시보는 737 지방도로는 역시 대간 답게 낮아도 흐르듯... 가재마을로 해서 수정봉으로 해서

끊길듯이 연결이 된다. 가던 길이 주촌리에 이르러 신작로 길은 우측으로 틀어도 대간 길은 계속 똑바로 가더니 참으로 평화로운 마을 가재마을로 이른다.

 

생각에는

백두대간 중에 유일하게 도로를 따라 이어진 마루금이라 하니, 뜻 깊은 이름에 버금가도록  예쁘게 정비를 해 놓으면 어떨까...

중앙선 노란선이 마루에 해당 되어... 하늘의 물을 가르겠구나 하는 생각만도 깊은 감동을 주니말이다.  

 

  

 

 

"어서 오세요"

가재마을 입구에서 어느 대문앞을 지날때  집 앞에 나와 있던 할머니 한 분이 먼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대간은 어데로 갑니까?"

"저리로 가시면 됩니다 우물도 있고하니  그 곳에서 좀 쉬었다 가세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고 물었을 터인데도 친절도 하시다.

 

 

 

 

 

놀랍게도 책에서 보았던 "노치샘" 우물 모습이 아니다.

공 들여 우물 주변을 수리 해 논 모습이 역력하고.

먹기 힘들것 같다던  책 소개와는 틀리게 아주 깨끗이도 우리내 옛 마을  우물 모습으로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다. 

 

산으로 오르는 동산 위에는 우람한 소나무 다섯그루가  노치마을을 바라 보고있다.

수정봉 입구에서 부터  또 다시 가파른  산 길을 

쉬었다 다시 일어 나기도 싫은 두 다리를  달래며  마지막 힘을 모아 보는데

그 발 걸음 마다 어데선가 따라 오는 싸릿꽃 향기가 마냥 은은 하기만 하다. 

 

 

 

 

 

수정봉 정상 오르는 길은

오른쪽으로 지리산 아래 운봉 마을은 낮게만 보이고, 왼쪽의 남원쪽 평촌리 마을은 한참 아래로 보이는것이 남원쪽은 가파르기 이를데 없다.  

일 하며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운봉 쪽 두런 거림이 이곳 마루까지 들리는 것으로 보아  그 마을들이 바로 발 아래 지척인듯 싶다. 운봉 쪽 땅이 높다는 이야기다.

 

마루에는 곱게도 이 산의 내력이 써 있는데,  정상 어딘가에서 그 옛날 수정이 나와서 수정봉이라 한단다. 수정처럼 봉우리가 예쁠거라는 내 생각이 잘못 되었음에 혼자 웃는다.  이정표상에는... 가야 할 여원재 까지는 아직도 100분을 더 가야 한다니  발걸음이 참으로 무겁다.

 

 

 

지쳐서 일까

산 하나 넘으면 산이 또 보이고, 고개 하나 넘으면 또 고개 하나 나오는... 수정봉 능선은 참 지루 하기만 하다. 거기에다 남원 쪽 능선은 일부러 베어 놓은건지, 큰 태풍이 지나간 건지 온통 소나무 들이 베어져 뒹굴고 있어 지친 심사 만큼이나 마음이 석연치가 못하다.  '입망치'에서 마지막 이겠지 하는 이름 모를 봉우리를 치받고 오르니 누군가 손으로 써 놓은 山 정상에  '갓바래봉' 이라는 돌 하나 서 있다. 

 

저 멀리에 드디어 다음 대간 일정에 잡혀있는 고남산(846m)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시간은 이제 오후 4시...

드디어 어느 고개 마루에서 차 지나가는 소리 들리더니, 운봉에서 남원으로 넘는 여원재 고개가 보인다.

그 옛날 이성계장군이 운봉벌 황산에서 왜구 아지발도를 물리치기 위하여 넘었다는,  삼한시절 전라도와 경상도를 경계로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기 위하여 수많은 싸움이 있었다는 고개...  경상도 진주에서 전라도 남원을 가기 위하여 지나 가야 했다던, 유서 깊은 고개에는 버스 정류장 하나만이 덩그러니 그 고개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지도 한 장 들고 따라 가 보는 두번째 백두대간 기행은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총 10시간의 종주...

이제 산 아래는  비가 개었건만  남원으로, 구례로 돌아 오는 차 창 밖으로 어머니같은 지리산 자락은 아직도 山 정상에 비 구름을 머금고 서 있구나.

 

뱀사골에서 태어나 지금은 남편이 월남에 가서 소식도 없이 안 돌아와 혼자서 운전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나랑 동갑의 여자 택시기사의 지리산 자락같은 한 서린 넉두리를 들으며,

시키지도 않은 그녀의 '동백아가씨'를 들으며  해 지는 구례로 구례로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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