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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行 글

백두대간 기행/여원재...사치재

 

오늘은

홍성에서 장항선 열차를 타고  출발을 한다.

10시 28분... 마지막 익산가는 열차에는 한 10사람도 않되는 무리들 만이

늦은 밤 밑에서 서성이고 있다.

 

 

 

 

산을 걷는 동안 내내

5월 동안 피었던  아카시아 꽃들이 이제는 밟히고

이어 향이 슬픈 하얀 찔레꽃들이 먼 산 뻐꾸기같이 피어있구나.

  

 

 

 

땅이 온통 황토색이던 김제벌에서

찔레꽃들처럼 몰려 왔던 동학군들은

이 고개 여원재 어데 쯤에서 눈이 하나 달린 관군 장수에게  패하고는

녹두꽃 ...청포꽃...찔레꽃 향기따라  여든구비 넘어 슬프게도  영영 돌아 갔단다.

 

 

 

 

그래서

여원재 이땅에는 붉디 붉은 황토색 철쭉들이

봄이면 장고개를 넘는 길 마루에 하염 없이도 피는것일까?

 

합면읍성터 정도 무덤가에서 늘 그리워  뒤 돌아보는

걸어 온  대간 길은 대견스럽게 나를 자꾸만 �아 온다. 

 

 

 

 

고남산 중턱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직도 남원쪽 땅에 속하는  요천벌 실개울따라

바둑판같은 논들이 모내기 준비에 한창이구나.

 

 

 

 

역시나 운봉쪽도 사는 모습은 마찮가지

지리산 바래봉 자락에  푹하니 둘러쌓여

논 물속에 비친 섬처럼 누가 뭐래도 평화롭게 그 들의 삶을 살고있다.

 

 

 

 

 

저 뒤 장수쪽 이름 모를 산 봉우리를 배경으로

고남산 정상 푯말이 홀로 서있다.

정작 중요한 정상 이름이 빠져있어, 누군가 까만 매직으로 정성스럽게 써놓은

"고남산'과 '그 산 높이'를 소수 첫재짜리까지 또박또박  써 놓은 정성과 고마움에 혼자 웃는다.

 

 

 

 

오늘이

5월의 마지막 날이니 이젠 초여름 6월이지?

그 햇살이 제법 이제 덥다.

 

푯말 하나 없는 황토빛 유치재에는

먼저 지나간 산꾼들의 고마운 리본들만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대간 길을 가면서 제일 고맙고 반가운 길 동무는 역시 이 표시 리본 들이지.

오늘도 고남산에서 내려 오면서 몇번  대간 길을 놓칠때 마다  나를 끝까지 안내 해준 고마운 친구들이다

 

 

 

 

매요리 마을을  거의 다 온 대간 능선 산 길에서

할머니 두 분이 밭을 갈고 계시다.

"안녕하세요?'라는 물음에도 처다 보지 않고 밭을 가시는 모습이

가는귀가 먹으신듯 묵묵히 밭만 가신다.

저기 허수아비 하나 세우실 기력도 없으신듯 하신데 ...

 

 

 

백두대간  능선 마을 중에서

사는 모습이 꽤나 큰 매요리 마을은 오후 햇볕때문일까

사람모습 하나 안 보인다.

 

마을 어귀에서 누렁이 두마리 만이 형식상   몇 번 짓기만 하더니

이내 마을을 통과해도 되는냥 처다 보기만 한다.

 

 

 

이젠 다 허물어진 마을 벽 너머에

시골 예배당 철탑을 멀리서 발견하고는

책에서 본 데로 예배당 철탑을 돌아 그 쪽으로 간다.

 

 

 

 

교회 앞에는 오래 전 폐교된 쓸쓸한 '운성초등학교'가

굳게 닫힌 철문 뒤로 마당 한 가운데  잡초만이 무성하다.

1981년 개교 24주년 기념으로 어느 유지가 촌지를 전해 만들어졌을  학교 대문은

세월 만큼 그리고 오늘의 농촌 현실 만큼이나 녹슬은채 버려져 있다.

 

 

 

 

'누구를 막론하고 허가없이 들어 갈수 없다'는 학교는

문을 열어 놓고 기다려도 올 사람 한 사람도 없는 농촌으로 변해 버린지 오래다.

페교된 학교 유리 창문 안으로는

담쟁이 덩굴만이 어떻게 들어 갔는지 건물 안으로도 초록색 잎이 무성할 뿐이다.

 

 

 

유치 삼거리 즈음  톱밥 만드는 공장에서는 벌목한 소나무를 쌓아 놓고는

기계 혼자서 톱밥을 만드는 시끄러운 소리와 나무 먼지로  조용한 시골 대간 길을 어지럽힌다.

이곳에서 길따라 가면은 지도상  조금은 빠른 사치 마을까지 가는 우회 길이 있지만,

1시간 정도 더 힘들게 가는 618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대간을 따라가는  능선 왼쪽으로는

저 멀리 달랑 두 가닥 88고속국도가 힘겹게 사치재를 넘어 가고 있고,

그 뒤로 다음 여정 길에 가야만하는 새맥이재 능선이 이제 희미하게 보인다.

 

 

 

 

사치재 오르는 산 밑으로는

참으로 잘 정비된 '사치마을'이 그림같이 자리 잡고있다.

 

일전에 지리산 백무동을 갈때도 새벽에 이 고속도로를 지나 사치고개 너머에 바로 있는

'지리산휴게소'에서 해 뜨기만 기다릴때

주인장이 졸면서 끓여 주던  맛 없던 라면을 먹은 기억을 이 산 마루에 앉아 생각 해 본다.

그 때는 내가 이곳을 걸어서 대간 길을 갈 줄은 생각도 못했었는데...

 

 

 

어느덧 오후 2시정도에 사치재에 도달 하고는

오늘도 고생한 스틱2자루와  장갑 두짝과  땀에 쪄든 모자와  스패치를 벗고 ,

구겨진 지도를 넣고,  6시간을 짊어지고 온 베낭를 벗는다.

 

그리고는 물 한모금 마시며

서낭당 같이 치렁 치렁한 다 온 길 정겨운 꽃색 리본들을 바라 본다.

 

 

 

 

저 아래 고개 밑에서 힘겹게 오던 트럭 한대가 한 참을 경적을 울린다.

하얀 장갑을 끼고는 창문을 열고는  반갑게도  손을 흔들어 준다.

아마도,

이 고개가 백두대간 꾼들이 지나가는 길 목인줄을 아는 분임에 틀림없다.

 

 

 

 

그도 산꾼이었다면

이 고개를 지나 내려 가면서도 트럭 속에서는

내내  다음 산 길을 생각하며 갔겠지...  

 

'자유'를...

 

 

 

남원에서 만났던

'동백아가씨'를 멋 드러지게 부르던  동갑내기 여자 택시기사는

오늘은 맘씨 좋게도 지리산 고사리 한 봉지과

뱀사골 친정엄니가 준 무공해 오이를 비닐에 싸서 먹으라고  전해 준다.

돌아 오는 길...

남원에서 제일 잘하는 짜장면 집에 들려 점심으로 먹은 짜장면값도

궂이 자기가 계산하고는 휭하니 도망가 버린다.

아직도 세상에는 계산을 떠나 훈훈하게 사는 삶들이 많구나...

 

돌아오는  홍성 길에서  하루 해가 진다.

해미를 지나 오는길 멀리 팔봉산 자락에  낙조가 하루를 마무리 하고있다.

[2008/5월31일/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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