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게서야
피반령을 지나고
힘 든 말티 고개 너머에
내 언제인가 와 보았던 그리운 속리산이 여전히 있더라
어느 여관에서 이 몸 묶었는지
기억 조차도 없는 인연들의 사방을
아무리 한참을 두리번 거려 봐야 세심정 물 소리만 사나울 뿐...
힘 든 내 걸음 앞에
다리 하나 버티고 서서 나에게 묻는다.
"너 뭐 꼬?"
글쎄...
내가 알리가 있나
그냥 저 산 넘는 구름 인가보지...
해 지려고
법주사 북소리 들릴 제...
커다란 물 그릇 속에
하찮은 가슴만 물끄러미 처다 보다 왔다.
잔뜩이나
흐린 날씨에도
큰 돌 그릇의 물은 미동도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