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꽃
물은 차서
개울에서는 피래미를 잡지도 못할 즈음
달이 찬 초록색 대문 너머 담장 아래에는
희미한 불 빛 아래 구절초가 익는다.
개울가 모래를 퍼도 퍼도
하루종일 끝이 없던 고운 가을 햇살은
새 쫓는 양동이 두드리는 소리에 중고개 너머로 가더만
구절초 향기 다리는 할미의 마음을
철썩같이 믿던 개울 건너 해 지던 가을
맥없이도 신작로 먼지같이 지나가 버리고
그 세월 또한 풀 풀
파란 달개비 꽃 색같이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 나는
희미한 반딧불이 날아 왔을때
참으로 오랫동안 잊었던 구절초 냄새 나던 담장 아래 불빛처럼
빙빙 나를 다시 찾아 옴이 어쩌면 그렇게도 반가와
집 둘레를 기웃이 따라가 보며 좋아라 해 보았지만
달개비를 보는마음이야
더욱이나 보름달이 뜨는 오늘 같은 날이야
그 달개비 가을 햇살처럼 아스라해서
파아란색 담장 한쪽이 잿빛에 살포시 무너져 내린다.
[글/사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