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봄이 왔을까하고
뒷 짐지고 뒷산을 오릅니다.
산 위에서 안개 내려오던중 나와 마주 치고는
구렁이같이 금방이나 저 산 넘어갑니다.
진달래 흐드러지게 핀 오솔길 따라
봄이 완연합니다.
아직도 산 위는 춥구나
산 정상 바위 틈에 핀 산수유 한 그루에게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아까 넘어 가던 구렁이 안개는 이제야 저 아래 머물고 있고
봄 아침을 깨는 대호 들판이 기지개들을 펴는 모습이
정말이지 기특합니다.
혹시나 해서 내려가 보는
망일사 쪽 길에는 아직 벚꽃 피지 않았어도
어린아이 울먹이는 빨간 볼같은 꽃 망울이
요번주에는 분명 터트릴것만 같이 올망 졸망합니다.
다음주 다시 다녀 가기로 내 마음과 약속하고 내려 왔습니다.
돌아 오던 길
겨우내 저장 해 두었던 화가네 무 구덩이에서
늘 그네들의 신선한 삶과같은
아직도 싱싱한 무 한아름을 얻어서는 안고서 돌아 왔습니다.
봄은 화가네 무구덩이 속까지
기어이 오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