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 나무들은
이미 옷을 다 버리고
서벅 서벅
내 발 아래 수북히만 쌓아 놓은 추풍령 산 길
바람도 바람도
겨울산을 울고 넘더만
오늘은 저 아래 저수지 꽁꽁
언 가슴속으로 숨어 버렸더구나.
고개들어 이쪽은 충청도 산속이고
고개들어 저쪽은 경상도 산속 땅에
무슨 작정을 하고야 들어 왔겠야 마는
여덟 마지기 땅을 갈던
마음
짧은 해 비추던 아랫 산
능치고개 마루에는 고운 손 흔들던 성황단
오방색 때때 헝겁은 이제는 없고
파란 하늘 아래
국수봉 추운 이정표 하나만
덩그라니
나그네 무거운 발걸음을 반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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