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山
오래전
대산에서 일 했다던 할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셨냐는 물음에도
한참을 생각만 하시고서야
얼마 전 사고로 머리를 다쳐 이젠 생각이 늦으시다는데
집 앞 쫄쫄거리는 개울 물줄기만큼
사선으로 그어진 얼굴의 흉터만큼
그가 사는 까만 山은 허물어진
석탄 갱도만큼 슬프던 山이더구나.
千年古刹 이라는 가파른
백운사는 일주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떡 하니 해후소만 하나 버티고 서 있어
경건해야 할 몸가짐으로
중창불사 해야 한다는 현수막 뜻에 맞게
기와 한 장 시주하는 샘 치고 이 몸을 비우고는
땀 흘리며 돌아오던
까맣기만 한
절 입구 처음 그 자리에는
머리 다쳐 생각이 늦으신 할아버지가
그래도 아침의 전생을 생각하시고는
백일홍 꽃 옆에서 옥수수 입에 무시고
잘 가라 손을 흔드신다.
[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