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想들
[단상] 묵
한태훈
2022. 11. 19. 21:32

산 속에 집 지을때
집 터 코너에 상수리 나무가 있어
베어 버리고 집터를 잡자는 목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터를 살짝 비켜 살려 주고는 집을 지었다.
세월이 지나 지붕을 덥는 가지를
매년 잘라 주어도, 고목이 되어
낙엽을 쏟아붓고, 바람에 날리고, 봄이면 꽃가루 날리고 ,사슴벌레,왕벌,
심지어 까치둥지까지 들어와
우물 주변이 늘 분잡스럽다.
가을이면 상수리를 비 오듯 떨어뜨려 바람불때 나무 밑은
우박 떨어지는 수준이다.
저놈을 어찌 해야하나?
밑둥을 쳐 버려?
올해는 이 문제를 묵으로 친해 보았다.
아침마다 줍고, 모아서 말리고
물에 담구었다 방앗간에 가서
가루를 내와서는ᆢ
침전시키고,물을 갈고 ᆢ
녹말을 건사해서는 드디어 묵을 탄생 시켰다.
사진의 묵이 그 묵이다.
묵 맛이 감개가 무량하다.
귀신에게 묵을 팔아도 될 맛이다.
내년 부터는 좀 더 체계적으로
줍고,말리고,빻고, 쑤고를 본격적으로 해 볼란다.
태훈네 묵공장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