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作 노트
[詩] 까만 山
한태훈
2018. 8. 16. 23:38
아주 오래 前
大山에서 일 했다던 할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셨냐는 물음에도
한참을 생각만 하시고서는
얼마 전 사고로 머리를 다쳐서
이젠 생각이 늦으시다는데
집 앞 쫄쫄거리는 개울 물줄기 만큼
斜線으로 그어진 얼굴의 흉터만큼
그가 사는 까만 山은
허물어진 석탄 갱도만큼
슬프던 山이더구나.
千年古刹 이라는 가파른 백운사는
一柱門이 있어야 할 자리에
떡 하니 解憂所만 하나 버티고 서 있어
경건해야 할 몸가짐으로
중창불사 해야만 한다는 현수막 뜻에 맞게
기와 한 장 시주하는 셈 치고
이몸을 비우고는
땀 흘리며 돌고 돌아 오던
까맣기만 한 먼 山
절 입구 처음 그 자리에는
머리 다쳐 생각이 늦으신 할아버지가
그래도 아침의 前生을 생각 하시고는
百日紅 꽃 옆에서 옥수수 입에 무시고
잘 가라 손을 흔드신다.
[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