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作 노트

[詩] 해동문학 2010년 사화집 詩 원고

한태훈 2010. 7. 14. 01:06

보리

 

전생에

난 보리 였나봐

그것도 청보리

 

파란 바다 보이는

고사리 잘 자라는 언덕에서

부는 바람 가는 바람에

누워 하늘 보는

 

산 보리수 익는 냄새 날 때쯤

그리움이나 꺾다가

비나 맞다가 찔레향 흘러 가는 데로

눈물 흘리다 누렇게 죽은

초록색 보리였나 봐

 

그러니까

쑥국새 우는 늦봄이면

바닷쪽으로 부는 바람에도

이렇게 가슴이 슬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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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돈재 넘어갈 때

 

참으로 지루한

산마루 겨우 넘어

깊디깊은 산 아래 마을 가는 길

쿨럭 거리는 하얀 연기

해지는 산등타고 슬프게 오른다.

 

꺼칠한 산 마디

내려앉은 잔설 사이로

청설모 꼬리만한 한 뼘 햇살

무시 랭이 함께 걸쳐놓고는

볏단에 기대선 저녁나절 이제 가면

 

산 아래 숯 굽던 마을은

선산 무덤 마른잔디에 모여

어둠 덥혀오는 하늘에

숮향에 취한 연을 띄운다.

 

 

 

강아지 풀

 

마른 풀

들판에 남아

저 겨울 속에서 운다.

 

푸르던 잎들

간다 온다 말없이

저 겨울 속으로 먼저 가고

 

이제 저 강아지 풀 위로

솜 털 같은

흔드는 슬픈 바람 분다.

 

마른 줄기는

흔들려서 아프고

흔들리던 강아지풀은

보고픈 무게만큼이나

고개를 떨구고

 

[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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