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想들

[短想] 내가 건 현수막

한태훈 2010. 3. 17. 02:21

 

 

바람 불던 날..

아마추어가 사다리 타고 올라가 건 현수막은

길 한쪽으로 치우쳐 기울어진 채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오메 가메 영 애처롭고 불안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지나가던 사람들 차 세우고 동조하는 모습에 기운은 납니다.

 

읍내에서 보신탕하는 분도 이 현수막을 보고는 

바람부는 언덕 저 아래에 현수막 하나 더 내 걸고,

아랫집 화가와 아랫집 오경이 형님은 돌아가는 이야기 알아보러

서산시청에 다녀왔습니다.

저번에도 되지도 않는 수작 부리다 물러 나는듯 하더니

요번에는 시청에 허가도 안 넣고 무지한 노인분들을 한 명씩 구워 삼고 다니는

그들의 또 다른 치졸한 작전에 기가 차기만 합니다.

 

돈 이라면 영혼도, 우리들 삶의 터전도 팔아 먹을 그들이

길 옆에 쓰레기와 냉장고를 버리고 가는 빌어먹을 인간들 처럼 

드디어 이 골짜구니에도 쓰레기처럼 나타나서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산수유 피는 이 계곡에 말입니다.

[태훈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