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作 노트

[詩] 동로面 생달2里 민박집

한태훈 2009. 8. 17. 13:16

 

                                                                                                                동로면

동로面 생달2里 민박집 

 

 

황장재 민박집 주인아저씨는

산 속에 오는 손님을 준비하기 위해

동로면으로 오미자 막걸리 몇 병 사오라 시켜 놨더니

아애 장터에 앉아서 술타령 하고 계시다고

아주머니는 울상이다.

 

해 진 저녁 산마루 집에 이제야 오셔서는

경북 말씨인지 충북 말씨인지

더구나 술 한 잔 하신  말소리는

집 앞 개울물 철철 흐르는 소리에 섞여

웅얼거리는 소리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더만

민박집 주인아줌마는 그렇거니 하며 잘도 해석을 해준다.

 

살아 온 넋두리야 늦은 밤 끝이 없어도

이 산에 들어 온지 6년이나 되면서

이산 저산 넘어 다니며 씨받고 뿌리 심어 논 뒷터 곰취는 자라

저 깊숙이 냉장고에서 꺼내온 삼겹살을 구워

한 끼 밥을 대접하는 마음씨

한바가지 뜯어 내어 온 황장산 곰취향 만큼이나 깊구나.

 

아들 셋을 잘 키워

밤새 자랑을 하여도 끝이 없을 도시에 사는 아들과 며느리들은

이 산속에서 나이 먹고 이 무슨 고생이냐고

늘 타박을 한다지만 이 산에 오던 날 앞터에 흐르는 철철 물소리만 듣고는

도시에서 하던 식당일 홀라당 접고

이곳에 와 집을 짓고 길을 내고 산다는 주인아주머니의 선택만은

동로 면사무소 까탈스런 인허가 담당자도 못 막았단다.

돌아오는 발걸음에 바리바리 싸준 그들의 마음씨는

된장에 박은 곰취처럼 향기롭기만 하였다.

 

[글/사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