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想들

[短想] 희두뫼

한태훈 2009. 5. 31. 14:28

 

   

그 날도 길을 잃고 내려오는 산길에

초여름 소나기 갑자기 내릴 때

천둥은 이만봉 너머 시루봉 너머

구왕봉을 북소리처럼 넘는다.

 

백화산 아래 깊숙이 들어 온

저 아래 분지골 안말만 까마득히 눈에 보일 뿐

찔레꽃 향기만 좋고,  뻐꾸기 우는 꽃피는 산골에는

인적만 드물다.

  

山 등 따라 풀을 베고 일군 

시루봉서부터 이만봉을 끼고, 곰틀봉을 끼고, 백화산을 끼고

황학산을 끼고, 이화령까지 둘러 바라보는 山마을에는

오직 집 한 채만이 주인도 없이 산드릅 피는 능선을 지키고 있다.

부서진 외양간에서는  워낭소리 딸랑딸랑  들리듯 하고

헤진 돌 길  산허리를 타고 겨우 올라 온 길따라  힘들여 지었을 한 때의 꿈들이

소나기가 스쳐 간... 다 헤진 스레트 지붕에는 개망초만 한 무리

하늘을 벗 삼아 피어있구나.

 

비스듬한 산 두릅 풀밭은 세월에 묻히고, 기억에 묻히고,아픔에 묻히고는

연분홍 메꽃만 하늘아래 덮이고

세월을 털어 말린 깻단 한 뭉치만

흙벽에 기대어 서서 잡초들 무성한 희두뫼 어느 마당만

바라보고 있구나.[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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