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作 노트

빼재

한태훈 2008. 8. 11. 00:10

  

빼재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는

빼재고개 팔각정에 서서

경주에서 거창 쪽 산 아래 마을까지

짚신도 제대로 못신고

긴 세월 여기까지 어떻게 달려 왔을까

하고 생각을 하시다가

 

덕유산을 반나절째

산신령같이 넘어 오던

하얀 여름 구름을 보시고는


서산 팔봉에서 일찍이 시집을 와

능선같이 함께

이 고갯마루까지 따라 온

구비 진 할머니를 바라보신다.

 

글/사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