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想들

상원사에 갔더니...

한태훈 2008. 4. 13. 10:32

 

 

절 아래 상원골 초입에는

아무도 안지키는 움막이 하나 있고

절에서 사용하는 소소한 물품을 쌓아 놓고는

절에 오르는 신도나 등산객에게 조금씩 소운반 하여 달라는 부탁의 글이 있어서

물론 값나가는 물건은 없겠지만

참 절스럽고 재미있는 절이다 라는 생각을 해보며 올라 갔었습니다.

 

 

요즘 어느 절이 이렇게  인간적인 곳이 있을까 싶어

산에 갈때마다 일부러 피하는 절 모습을 한번 구경 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나라 절 중에 제일 높은곳에 위치한 이유답게 차도 못오르고

물품도 귀해  절도 어수선하고 보살들 머무는 처소 또한 있는 자재 없는 자재로

꾸리는 살림이 더없이 정스러워 좋았습니다.

 

 

 

 

 

절 입구에 써있는 또 다른 안내문을 한참을 처다보고는

혼자 조용히 웃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이 절의 주지 스님은 참으로 문학적이시구나 하는 생각과

주변 하나 하나를 참으로 사랑하시는 부처님 같으신 분이실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내가 칼 가는 기술이 조금만 있었어도

상원사 꿩이 들이 받은 종루 옆에앉아 하루종일 도끼도 갈아 드리고,

칼도 갈아드리고, 낫도 갈아드리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습니다.

아마도 치악산 꿩의 전설이 이 절에 만큼은 살아서 내려 온것만 같은 마음에

가슴이 모처럼 훈훈합니다.

 

 

집에 돌아와 보는 TV에서는

문화재 관리비를 징수하는 절의 탐욕과

맘데로 그 금액을 올리지 못하게 겨우 법으로 만들어 놓고는(페기도 아닌...) 

욕심많은  절의 꼴 같지않은  압력에 참으로 한심하게도 그 법안을 스스로 다시 파기한 국회의원들의 비열한 모습을,  

억대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살찐 주지들의 모습과

해외로 골프를 사복입고 치러 다니는 주지들의 모습이 특집으로 나옵니다.

무소유의 개념이 이젠 바꿔어야 한다는 그 주지들의 생각에  똥이라도 한바가지

퍼 부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불쌍한 영혼을 빌미로 살아가는

우리 개똥이 눈두덩이에서 피 빨아 먹고 사는 진드기보다도 못한  

그들의 모습에서

역시 기댈곳 없는 불쌍한 우리들의 영혼을 봅니다.[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