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훈
2007. 11. 21. 00:43

치악산
구렁이로부터 구해 준
상원사 종소리 세 번은
이른 초겨울을 열겠지
머리를 깨서라도 은혜를 갚은 꿩의 전설이
비로봉 오르는 개울 물따라
깊어가는 가을 山에 소복 할거야
시퍼런 구룡소에는
이제 거북이와 용은 다 승천하고
힘들기만한 사다리 병창길
싸락눈 내리는 산길
온 통 낙엽하고 돌과 바위계단 뿐
그 꿩의 전설을
남대봉 쪽 능선에서는 들을 수 있을까 하고
향로봉 쪽을 바라보는 내 귀 끝이
이제는 참으로 시리다
아둔한 몸 바위에 부딪혀
얼굴과 손이 깨져도
종소리 한 번 못 듣고 왔구나.
글/사진/태훈